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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 제시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찰음식 토크 콘서트
에릭 리퍼트 등 세계적인 요리사 한자리에

정관 스님 “음식, 자연·인간 연결고리”
조희숙 셰프 “오관게 의미에 주목해야”
공만식 교수 “윤리적 시각 확장 필요”

“사찰음식은 우리 인류가 향유해야 할 음식의 미래를 제시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셰프들이 사찰음식의 가치와 잠재력에 주목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5월 22일 ‘사람, 기후위기 그리고 사찰음식’을 주제로 개최한 토크 콘서트에서다. 이날 토크 콘서트는 미국 뉴욕에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에릭 리퍼트의 방한에 맞춰 기획됐으며, 사찰음식 명장 정관 스님, 조희숙 한식공간 셰프, 공만식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 등 음식 분야의 동서양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날 에릭 리퍼트는 “사찰음식은 환경과 식자재, 지속가능성 그리고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건강과 카르마까지 생각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향유해야 하는 음식의 미래를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사찰 음식은 육가공류를 배제한 자연의 재료만 활용할뿐 아니라 요리하는 과정을 수행의 일환으로 여기다 보니 먹는 사람의 마음과 지구환경까지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사찰에서 음식을 약으로 인식하는 점에 주목하면서 “근본적으로 서양이 음식을 보는 관점과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단순한 음식을 넘어선 심오한 의미가 내재되어 있는 문화”라고 강조했다.

조희숙 셰프도 이에 공감하며 “사찰음식은 음식이 단지 연명을 위한 수단이 아니며, 정신적 에너지를 얻어 몸과 마음을 살리는 약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고 밝혔다. 이에 사찰음식에 내포된 불교 정신을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셰프는 “국토 70% 이상이 산이고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식재료가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어 쉽게 상하는 채소를 저장하는 방법이 발달했고, 발효된 장을 활용해 맛을 내는 방법도 다양해 채식 위주의 식생활에 굉장히 유리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며 “밥과 채소 반찬을 기본으로한 고유의 상차림을 잘 발달시키면 미래 음식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조 셰프는 아시아 최고의 여성셰프로 손꼽히는 전문가로, 이날 음식을 만드는 입장에서 재해석한 「오관게」를 직접 읊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정관 스님, 에릭 리퍼트

조희숙 셰프, 공만식 교수

사찰음식 명장 정관 스님은 “사찰음식은 너와 나, 자연과 나 사이에 교류된 감정을 마음으로 먹는 것”이라며 “이러한 음식의 근원을 생각하고 이해 한다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따라서 발우공양이 기후 위기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발우공양에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이에 스스로 먹을 만큼만 음식을 덜고 다 먹은 후에는 물로 그릇을 씻어 마시는 방식으로 자연을 보호하는 실천행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정관 스님은 “음식은 정신적 에너지와 육체적 에너지를 연결시켜 주는 매개물”이라며 “또한 음식의 원천은 자연이기에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자연과 인간이 관계를 맺는 연결의 행위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불교음식학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공만식 교수도 사찰음식에 내재된 관계성에 주목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여러 관계들이 우리가 먹는 음식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공 교수는 “현대의 식품영양학 등의 학문은 음식에 내재된 이러한 관계성을 제거하고 음식만을 보는 반면, 불교에서는 음식의 근원에 관계성을 두고 윤리적 관점을 적용한다.”며 “즉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결정하는 기준에 선과 악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사찰음식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더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에릭 리퍼트는 5월 19일부터 22일까지의 방한 기간 중 한국 불교문화와 사상이 담긴 사찰음식을 집중적으로 탐구하기 위한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다. 음식 평론가 겸 작가 조슈아 데이비드 스타인이 동행한 가운데,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의 차담을 비롯해 사찰음식 명장 계호 스님(진관사)과의 만남, 정관 스님(천진암)과 사찰음식 만찬을 위한 협업, 백양사 템플스테이 등을 진행했다. 이날 토크 콘서트는 에릭 리퍼트 방한 기간 중 마지막 공식 일정이다.

에릭 리퍼트는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에는 에고를 키우는 쪽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홍보해 왔다면 정관 스님을 만나면서 생각의 변화가 일어났다.”며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려는 순수한 의도로 요리하려고 노력하고 나의 제자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은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요리하는 것 자체가 보살의 길”이라며 “에릭 셰프는 자기 자리에서 남에게 베푸는 자리이타(自利利他)와 나눔의 미덕인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이미 실천하고 있기에 눈 푸른 수행자와 같다.”고 화답했다.

스웨덴, 한국 전통불교문화의
아름다움에 매료

한국불교문화사업단·주스웨덴 한국문화원
5월 ‘한국전통불교문화’ 특별전시회 성료
‘길 위의 수행자’ 등 3개 주제 50여점 전시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만당 스님)이 5월 한 달간 주스웨덴 한국문화원 1층 로비에서 ‘한국전통불교문화 사진전’ 개막식을 진행했다. 사진전은 주스웨덴 한국문화원 개원 1주년을 기념한 한국전통불교문화전람회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번 사진전은 스웨덴에서 한국전통불교문화만을 주제로 열린 첫 행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주스웨덴 한국문화원 1층 로비에 전시된 사진들은 한국불교문화를 주제로 한 50여 점으로 ‘길 위의 수행자’, ‘템플스테이’, ‘사찰음식’ 세 가지 큰 주제로 구성됐다.

사진전은 주스웨덴 한국문화원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기획된 만큼, 해외 주재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해외홍보의 저변을 확장한 모범사례로 평가된다.

주스웨덴 한국문화원은 개원 1주년을 맞아 스웨덴 현지에 K-문화의 매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왔다. 이에 전통문화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낸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사진에 주목하고, 사진전을 위한 제반 공간 및 예산 협조를 기반으로 사업단 측에 협력을 요청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보유한 사진들은 지난 2021년부터 하지권 사진작가를 통해 한국 전통 및 불교문화의 다양한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콘텐츠 축적사업의 결과물이다.

하지권 작가는 5월 7일 전시회 개막식에서 “카메라를 둘러메고 많은 사찰을 다니며 많은 수행자들을 만난 세월이 어느새 23년을 넘어선다.”며 “그동안 길 위에서 만난 수행자와 한국불교의 여러 모습들을 카메라 프레임에 담았고, 그 사진들을 주스웨덴 한국문화원 1주년을 기념해 선보이게 되어 기쁘다. 스웨덴 국민들이 한국의 전통불교문화를 접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사진전을 구성하는 1주제 ‘길 위의 수행자’는 새벽 도량석 모습을 시작으로 묵묵히 참나를 찾아가는 길 위에 선 수행자들, 그리고 1,700년 한국불교의 맥을 이어가는 수행자들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들로 구성됐다. 2주제 ‘템플스테이’는 사찰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 모습과 아름다운 산사의 풍경을 담아냈다. 3주제인 ‘사찰음식’은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발우공양의 상차림, 그리고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인들에게 잘 알려진 사찰음식 명장 정관 스님과 전통 공양간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이다.

한국불교사업단장 만당 스님은 사무국장 대우 스님이 대독한 인사말에서 “이번 사진전에서 만나게 될 한국의 사찰 모습은 과거 천년을 이어온 역사적인 공간이자,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공간”이라며 “자연과 어우러진 사찰의 아름다움과 그곳에서 수행하며 1,700년 불교전통의 맥을 잇는 스님들의 모습, 사찰에서 일상을 보내는 ‘템플스테이’의 다양한 모습들이 다소 낯설지만 벅찬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이 문화적 소통 창구를 더 넓게 열어가는 여정에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함께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전시회가 한국과 스웨덴 양국이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형종 주스웨덴 한국대사는 축사를 통해 “이번 사진전을 통해 이곳 스웨덴에 있는 우리 친구들이 한국 불교문화가 지닌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사진전은 우리 문화원 개원 1주년뿐 아니라 5월 15일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는 의미도 담겨 있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진전을 가능하게 해 준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하지권 작가를 비롯한모든 관계자분들께 감사한다.”고 전했다.

5월 한 달간 이어진 전시회는 28일 성황리에 폐막했다. 특히 사진을 통해 타국의 낯선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으며, 스님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낸 제1주제 ‘길 위의 수행자’ 작품에 대한 주목도가 압도적이었다는 평가다. 현지인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사진 전시가 이어지는 동안 한국의 사찰 일상과 스님들의 삶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편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스웨덴에 이어 10월경에는 일본 주오사카 한국문화원에서 불교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한 사진전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