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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깃든 천년고찰에서
찰나의 호흡으로 마음 관하다

대구 동화사 ‘一心(일심)’我(아)! 선명상 템플스테이

글. 편집부 사진. 남윤중

“오른쪽 발등을 왼쪽 허벅지 위로 올리세요. 오른쪽 무릎 아래를 좌복에 지긋이 붙이면서 허리를 한번 쭉 펴보시고요. 허벅지가 납작해졌나요? 좋습니다. 이번에는 왼발을 편하게 잡고 발등이 오른쪽 허벅지 위로 가도록 올려보세요. 조금 힘들 수 있습니다. 어떠세요? 발바닥은 위를 향해 있고 무릎은 아래로 향하고 있나요? 이 자세가 바로 결가부좌입니다. 허리가 저절로 펴지는 느낌이죠?”

대구 동화사 템플스테이 교육관이 진지한 열기로 가득하다. 지도법사 범준 스님이 좌선의 기본 자세인 결가부좌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동안, 참가자들은 스님의 시범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자세를 좌복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세를 잡아나간다. 서툴지만 열심인 참가자들을 바라보는 범준 스님의 시선이 다정하면서도 예리하다.

“좀 익숙하지 않은 자세죠? 허리를 세운 채로 왼쪽, 오른쪽으로 흔들흔들 움직이면서 자세를 잡아보세요. 엉덩이 부분의 좌복을 조금 접어서, 엉덩이를 걸친다는 느낌으로 앉으세요. 조금 편하실 겁니다. 그래도 결가부좌가 정 힘든 분들은 한쪽 발만 올리는 반가부좌를 하시면 됩니다.”

동화사 ‘一心(일심)’我(아)! 선명상 템플스테이는 기초부터 확실하게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의 호응이 유독 높다. 명상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참가자들도 “스님의 지도를 받으니 자세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알고 교정할 수 있었다”라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다리 모양이 잘 잡혔으면, 이제 허리를 앞으로 내렸다가 배꼽을 들어 올리는 느낌으로 머리부터 쭉 세워보세요. 허리 뒤가 살짝 들어가는 느낌이 있죠? 이렇게 척추가 펴지는 느낌이 있어야, 상체와 하체가 자연스럽게 순환이 되어서 다리 저림이 좀 덜합니다.”

허리에 이어 목과 머리, 눈과 손까지 좌선의 기본자세를 배우는 시간만 15분 가량. 처음 선명상을 접하는 참가자들이 대부분인 만큼, 선의 기본을 알려주는 것에 중점을 둔다. 참가자 모두가 자세를 정비한 모습을 확인한 스님이 죽비를 들어 내려쳤다.

“탁! 탁! 탁!”
죽비 세 번에 교육관에 적막이 찾아든다. 무더위에도 활짝 열어둔 문으로 가만가만 바람이 드나든다. 얕은 숨소리까지 귓가에 맴돌 정도로 고요한 가운데, 풀벌레 소리만 가득하다.

배꼽 근처 단전에 두 손으로 만든 ‘선정인(禪定印)’의 수인, 눈을 완전히 감지 않고 아래로 내리뜬 반안(半眼)에도 조금씩 익숙해진다. ‘나는 누구인가’를 곱씹다 보니, 훌쩍 1시간이 지났다. 좌복을 정리하고 교육관에서 나온 참가자들이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미소를 나눈다. 잠시 담소를 나눈뒤 각자 방사로 향하는 하루, 일상에서는 흔하지 않은 평화롭고 여유로운 시간이다.





팔공산 자락에 안긴 동화사의 템플스테이 도량은 본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탁 트인 하늘을 벗 삼은 나무들이 감싸 안고 있는 듯 아늑한 공간이다. 법당을 겸한 교육관과 템플스테이 사무공간이 나란히 이어진 아래로, 두채의 목조건물에 참가자들의 숙소로 활용되는 방사들이 자리했다. 전각을 이룬 맑은 색의 나뭇결이 정갈하면서도 주변환경과 어우러져 고즈넉함을 더한다. 여유롭게 도량을 산책하던 참가자들이 다시 교육관에 모였다. 교육관한 켠에는 스님들이 참가자들과의 차담을 위해 마련해 둔 작은 공간이 있다.
차담은 자연히 선명상 체험에 대한 소감을 나누는 자리로 진행됐다.

선명상이 처음이라는 한 참가자는 “시간이 멈춘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앉았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잡생각이 일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며 “그런데 점점 시간의 흐름이 멈춰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렇게까지 내게 집중했던 순간이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될 정도로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미소로 듣던 대온 스님이 “일상으로 돌아간 후에도 시간을 내어 좌선하라”고 당부하며 “잡생각이 올라올 때는 의식적으로 호흡을 하면서, 큰 숨을 세 번 정도 쉰 후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돌아가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선명상에서 중요한 두 가지 요소가 성성(惺惺), 적적(寂寂)입니다. 고요한 가운데 깨어있는 거죠.
고요함 속에서 눈을 완전히 감으면 혼탁함이 쉽게 몰려오기 때문에, 깨어있음을 유지하기 위해 아래로 내리뜬 반안을 기본자세로 해요. 잡생각이 일어 흩어져도 이를 알아차리고 돌아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남방불교 계열의 명상을 수행해 온 경험자다. 20여 년을 쉼 없이 일하다 번아웃으로 휴직을 한 후 동화사를 찾았다. 한 달 장기로 머물며 선명상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는 그는 “스님들에게 선명상의 자세와 호흡법, 마음가짐과 흐트러질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기초부터 탄탄하게 배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항상 주변 분위기나 다른 사람들에게 휩쓸리며 살아왔는데, 이곳에서 비로소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됐다. 다시 복직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고 있다”고 감사를 전했다.

대부분의 참가자가 느끼는 동화사에서의 2박 3일은 대단히 고요하고 정적이지만 동시에 활력을 채우는 시간이었다. 선명상을 통해 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바쁜 삶에 치여 돌아보지 못했던 마음을 찬찬히 살피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일것이다. 템플스테이 일정을 마무리하고 도량을 나서는 이들의 얼굴이 더없이 밝다.

‘一心(일심)’我(아)! 템플스테이 기획한 연수국장 대온스님·지도법사 범준스님
 

"선명상, 행복한 변화의 시작이죠"

“템플스테이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선명상을 체험하고 이를 계기로 좀 더 평온한 삶을 살기를 발원합니다. 특히 일상으로 돌아간 후에도 지속적으로 선명상을 하면서 행복한 변화를 만들어 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환한 미소로 마주 보는 얼굴이 맑다. 동화사 연수국장 대온 스님과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범준 스님은 동화사 선명상 템플스테이 ‘一心(일심)’我(아)!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한 주역들이다. 프로그램 구성과 일정은 물론, 세부적인 운영 방식까지 두 스님의 정성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다. 그만큼 마음을 쏟았고 고심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참가자들이 선명상을 제대로 배워 작은 변화라도 경험하길 바랐다. 두 스님이 매순간 경험하는 수행의 행복이 현대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두 스님 모두 동화사 소임을 맡기 전까지 선방에서 정진했다. 출가한 후 매순간 수행이 곧 일상이었고 자연스레 삶의 근간으로 안착했다. 템플스테이 관련 소임을 맡은 이후에도 수행자로서의 일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새벽예불을 하고 좌선을 하고 포행을 했다. 매 순간 수행의 행복을 경험하는 스님들이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에게도 수행, 특히 선명상을 제대로 알려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계기로, 다양한 사연을 갖고 사찰을 찾아온다. 차담을 통해 참가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저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다양한 숙제들을 안고 있었다.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채 그저 바쁘게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되어 번아웃으로 고통받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누구나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명상법을 알려주기 시작하다가, 아예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의 하나로 구성했다.

지도법사 범준 스님은 “우리가 스님이고 또 수행하는 수좌였기 때문에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사찰에 오면 당연히 선명상을 체험하고 그 맛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며 “대부분 좌선, 명상이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지는지 거리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지만, 누구나 한 시간이라도 앉아보면 다들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만족도는 높다”고 설명했다. 선명상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일단 체험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템플스테이에서 체험하는 명상은 시작부터 반응이 좋았다. 명상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는 참가자들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고, 나아가 수행을 하는 스님들의 일상까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았다.
2023년 고심 끝에 ‘사문의 하루’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스님들의 일상을 일반인용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무려 5박 6일 이어지는 일정이었다. 호응은 좋았지만 긴 일정을 부담스러워하거나 시간을 내지 못해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두 스님은 다시 한번 머리를 모았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이 올해 주요 종책기조로 ‘선명상 대중화’를 발표한 것이 또 하나의 계기가 됐다. 기존 운영하던 ‘사문의 하루’를 단기 일정으로 축소했다. 그러면서도 선명상을 제대로 체험하고 진가를 맛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一心(일심)’我(아)! 프로그램은 그렇게 탄생했다. 아무리 고심해봐도 1박 2일은 너무 짧았다. 처음 선명상의 자세와 방법을 배운 후에도 혼자서, 또는 스님의 지도를 받으며 몇 번 더 경험을 몇 번 해봐야 제대로 선명상을 체득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2박 3일 일정으로 정했다.

선명상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벽예불 이후와 저녁예불 이후, 오전과 오후의 두 시간가량 좌선을 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개인 명상이나 스님과의 차담, 혹은 자유롭게 도량을 산책하는 포행으로 진행된다. 이튿날 저녁예불 이후 진행되는 108배, 정적인 에너지를 순환하기 위해 새벽예불 후 수련하는 태극선무도에 대한 반응이 좋다. 한국불교의 전통문화를 보다 다양하게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사찰음식을 만드는 시간도 포함된다. 단순히 채식 레시피를 배우고 만들어 먹는 것이 아니라, ‘발우공양’을 통해 사찰식(食)문화에 담긴 의미를 경험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쓴다.

연수국장 대온 스님은 “바쁘게 살아가는 중에도 사찰을 찾은 분들은 휴식이 절실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도 템플스테이의 진면목을 제대로 경험하고 변화를 느낄 방법이 무엇일지를 많이 고민했다”며 “그래서 선명상을 혼자서도 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알려주면서, 동시에 요가(바디스캔)와 사찰음식, 태극권 등 수행과 상호연계해 효과를 더하는 프로그램들을 조화롭게 구성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의 좋은 반응과 별개로, 대부분의 사람이 ‘선명상’이라는 용어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을 해소하는 것은 여전히 과제다. 이에 스님들은 바른 자세와 호흡법을 통해 나의 마음을 관하고 이를 통해 일상을 더욱 잘 살아갈 힘을 기르는 데에 중점을 둔다.

“호흡은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생사의 기본이 됩니다. 좌선의 기본도 호흡지관이라고 보면, 앉아서 이 찰나의 호흡을 잘 지켜보는 것으로 선명상을 접해서 조금씩 더 깊이를 더해가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그 참맛을 알고 계속 좌선을 이어가는 분들은 차담 등을 통해 조금씩 본격적인 수행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죠. 가장 중요한 것은 실참입니다. 한 시간이라도 앉아서 좌선을 해 보는 것, 거기서부터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일상 속 수행을 통해 더 행복해지길 바란다”는 두 스님의 말 속에, 앞으로 템플스테이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 담겨있는 듯 하다

대구 동화사
대구광역시 동구 동화사1길 1
053)980-7900
http://donghwas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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