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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떠템’, 삶의 진정한 자유를 찾아서

글. 박상교 사진. 현밀 스님

사찰 생활을 하며 늘 스님들의 규칙적이고 절제된 삶,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큰 감명을 받는다.
절에 가면 항상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님이 존경스럽다.

1980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뛰어든 사회생활. 포스코와 현대제철에서 보낸 42년은 몸과 마음이 온전히 내 것이 아니었다. 집과 직장만을 오간 42년의 긴 세월. 청춘은 바람처럼 지나갔다.

20세의 학동은 간데없고 60대의 아버지가 되었다. 자유를 찾아 마음껏 누려보자고 퇴직을 하니 주변에선 “아직 일할 나이가 아닌가?” 하고 묻기도 했다. 나는 주저 없이 아름다운 퇴진을 선택했다. 신경 쓸 일, 눈치 볼 일, 간섭할 일, 잔소리할 일, 걱정할 일, 시간에 쫓길 일 없으니 어디 한 번 놀아보자. 오랜 세월 얽매였던 직장 생활에서 벗어나, 이제 신경 쓰거나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즐기기로 했다.

처음 템플스테이를 알게 된 건 아내의 권유 덕분이었다. 처음 사찰에서 묵어본 경험은 1999년 쌍계사에서의 2박 3일이었고, 본격적인 템플스테이는 퇴직 이후 2022년 봉화 축서사에서 시작했다. 산과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 텐트를 짊어지고 전국을 다녔다. 때로는 차박, 때로는 민박과 모텔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늘 하나씩은 불편함이 생겼다. 그러다 우연히 템플스테이를 선택하게 되었다. 편안함과 마음의 안정을 동시에 찾는 순간이었다.

숙식 걱정 없이, 스님들과 차담을 나누고 새벽 예불과 108배, 명상을 즐기며 전국 사찰을 누비는 경험은 나를 빠져들게 했다. 나는 ‘매떠템(매주 떠나는 템플스테이)’ 중독자가 되었다. 첫 여행부터 지금까지 3년이 지났다. 그동안 최북단 고성 건봉사부터 최남단 제주도 약천사까지 65개 사찰을 방문하고 94회의 템플스테이를 경험했다. 주로 2박, 길게는 17박까지 머물러봤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예약해 둔 96번째 템플스테이 일정을 기다리고 있다.

‘매떠템’을 위한 짐은 항상 준비돼 있다. 가방 두 개에 보온병과 비상식량, 생활용품을 챙겨놓았다. 가방을 볼 때마다 출발하는 날을 기다리는 설렘이 있다. 매주 새로운 장소를 검색하고 길을 떠나보니 여행과 산행이 가능한 곳, 참가비가 저렴한 곳, 화장실이 편리한 곳, 주말과 휴일이 아닐 때 신청하기 등 나만의 선택 기준과 노하우가 생겼다. 특히 템플스테이는 심신의 안정뿐 아니라 산행과 여행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일석오조의 장점이 있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에게도 템플스테이를 적극 권하는 편이다.

템플스테이를 시작한 이후 몸과 마음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그동안 나는 술과 불규칙한 생활로 혈압, 혈당, 비염 등 건강관리에 소홀했었다.
아내가 건강을 챙기라는 걱정을 많이 했고 그 때문에 다투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템플스테이와 산행을 하면서 몸은 편안해지고 식습관도 건강해졌다. 집에서도 가까운 산행을 자주 하지만 왠지 입맛도 밥맛도 없는데, 절에 가면 꼬박꼬박 챙겨 먹어도 배가 고프다. 체질도 바뀐 것 같고 식습관도 바뀌었다. 술도 줄이고 말도 줄이고 성격도 차분해졌다. 욕심을 버리고 베풀며 살자, 겸손하자는 마음이 절로 생겨났다. 자유로운 마음으로 산천을 돌고 돌아 사찰에서 머물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앞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기도 했다. 정신과 육체가 템플스테이를 허락하고 몸과 마음이 그곳으로 향할 때는 언제라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흔히 퇴직 후 시간이 안 가고 지루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봉사활동, 골프, 색소폰 연주, 여행, 요리 교실, 평생교육원, 텃밭 가꾸기 등등. 이것저것 해봤지만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산행하는 재미가 제일인 것 같다. 가끔 아내와 왜 함께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듣지만, 나이 들면 혼자 노는 방법을 터득해야 노후가 즐겁다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말씀이다. 아내는 주중에 일을 하니 같이 다닐 수 없고, 때로는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다. 주중에는 각자의 시간을 존중하고 주말에는 함께 산악회 산행과 여행을 다닌다. 때로는 같이, 때로는 각각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겪었던 특별한 기억도 떠오른다. 민통선 도보금지 구역인 줄 모르고 산행하다가 군인들에게 불심검문을 당한 ‘고성 건봉사’ 사건, 스님 따라 산행에 나섰다가 헤어진 후 계곡에서 넘어져 다친 ‘부여 무량사’ 산행, 겨울 산행 빙판길에 넘어질 뻔했던 ‘전주 서고사’와 ‘춘천 청평사’의 아찔한 기억. 템플스테이는 아니지만 설악산 봉정암 작은 방사에서 모르는 등산객들과 하룻밤을 묵어가던 ‘설악산 봉정암’까지.
때론 힘들었지만 이 모든 순간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템플스테이를 자주 다니니 “아예 머리 깎고 스님처럼 절에 살아보라.”는 이야기도 듣지만, 『천수경』을 못 외워 힘들 거라고 말하며 웃은 적도 있다. 사찰 생활을 하며 늘 스님들의 규칙적이고 절제된 삶,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큰 감명을 받는다. 절에 가면 항상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님이 존경스럽다.

인생 뭐 별거라고. 맨주먹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데 아끼지 말고, 먹을 거 먹고 쓸 데 쓰고 갈 데 가고 베풀며 살자고 생각한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정직하게 살자. 절에서 받은 좋은 기운으로 정신 가다듬고 잡념과 망상을 버리고 수행하는 자세로 살자. 용서하고 용서받고 사죄하고 속죄하며 참회하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살자. 미안하고 죄송하고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자.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천수경』 108배 참회문을 사경할 때 한 번씩 적어 보는 나의 기도문이다.

템플스테이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으며 삶의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 인생 별거 있나. 베풀며 여유 있게 살아가고, 용서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나의 ‘매떠템’은 계속될 것이다. 여건이 된다면 누구에게나 템플스테이를 적극 추천한다. 나처럼 인생을 바꿀 기회를 얻게 될 테니까.

 박상교 1961년 울진 출생.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에서 42년 간 품질관리 전문가로 근무하며 우수사원 표창과 다수의 해외 연수 경험을 쌓았다. 은퇴 후 템플스테이에 푹 빠져 ‘매떠템(매주 떠나는 템플스테이)’ 생활로 전국 사찰을 누비며 삶을 더 여유롭고 건강하게 만들어 가는 중이다.

현밀 스님 조계종 포교원 불교크리에이터 4기. '붓다밀밀' 뭉 밀이 캐릭터로 사람들에게 위로와 행복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