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한국사찰음식 경연대회 성료
사찰의 맛, 수행의 맛! 결과물 못지않게 돋보인 과정
제철 자연의 신선한 에너지가 담겨있고 동물성 식재료와 자극적인 오신채 양념,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세계적인 건강식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찰음식. 이 사찰음식을 주제로 한 2020년(불기 2564년) 제4회 한국사찰음식 경연대회가 지난 6월 26일 열렸다.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주관하고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이 주최하며 문화체육관광부, 한식진흥원,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가 후원하는 가운데 한식의 뿌리이자 오래된 지혜를 간직한 사찰음식이 경연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번 경연대회는 서울 종로구 사찰음식 교육관 향적세계(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56, 2층)와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서울 종로구 율곡로 39 안국빌딩 신관 2층)에서 학인스님부, 일반부로 나뉘어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진행되었다. 학인스님부의 경연주제는 ‘내림 사찰음식’이었고 일반부의 경연주제는 ‘콩을 주재료로 한 사찰음식’이었다.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자못 상기된 표정으로 그간 배우고 익힌 사찰음식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더해 정성껏 만들었다.
오전 9시 30분 가장 먼저 문을 연 일반부 경연장은 기름지거나 묵직하지 않은 담백한 음식의 향이 공간을 가득 채운 점이 이채로웠다. 표고버섯향, 연근향, 곡물향, 각종 과일과 푸성귀향 등이 어우러진 향은 산란한 마음을 정화하는 듯했다. 고등학생부터 중년의 주부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참가한 경연자들은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으려는 듯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일반부의 심사를 맡은 사찰음식의 대가 정관스님과 ‘아시아 최고의 여성셰프’로 선정된 바 있는 한식의 대가 조희숙 셰프는 참가자들이 만드는 채수(菜水), 양념 하나도 지나침 없이 살폈다.
오후 2시 향적세계에서 열린 학인스님부 경연은 참가자들의 물 흐르는 듯한 조리과정이 돋보였다. 사미, 사미니 학인스님들의 여여한 모습에서 사찰음식에는 수행의 맛이 담겨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학인스님부의 심사는 사찰음식의 큰 스승 홍승스님과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문화사업국장 지오스님이 맡았다. 두 분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 또한 각자 조화로운 맛을 만들어가는 학인스님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흐뭇해하셨다.
경연의 꽃인 수상작 발표는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이루어졌다. 심사위원들은 “참가자들이 기대 이상의 높은 솜씨를 갖추고 있어서 경이로웠으며 앞으로 사찰음식의 미래가 밝다고 느꼈다”고 심사평을 갈무리했다. 치열한 시험대를 통과해 알찬 결실을 맺은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학인스님부 ▶사업단장상 동학사 향적팀(호서·정현), 백운을 공경하는 청산동자팀(여요·지원) ▶포교원장상 해인삼매팀(승목·무착) ▶교육원장상 연꽃선우팀(일해·효담) ▶총무원장상 송담팀(대력·혜해) / 일반부 ▶슬로푸드상 메디움건강팀(임춘미·이영자), 보시 널리베푸는 사람팀(홍성문·천정우) ▶사업단장상 약식동원팀(오승안·김서정), 푸자나팀 (김민정·김경란) ▶한식진흥원이사장상 점심팀(정보영·김지니), 고스란팀(장수린·강주연) ▶총무원장상 도란두란팀(서보라·신영지)
학인스님부 총무원장상을 받은 송광사 송담팀의 혜해 스님은 “뜻밖의 큰 상을 받아 얼떨떨합니다. 이번 경연을 준비하면서 음식은 마음으로 만드는 것임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 가르침을 고맙게 생각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일반부 총무원장상을 받은 도란두란팀의 신영지 씨는 “저희 이름이 불린 순간 토종 완두콩을 찾아 헤매다가 거창에서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 떠올랐습니다. 상을 받고 싶어서 시작한 경연을 준비하면서 과정의 중요성과 아름다움을 알 수 있었습니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대자연의 지혜가 사람의 정성을 만나 생명을 살리고 감동시키는 음식이 된다. 사찰음식을 공부하는 이들의 수행의 맛이 빛을 발한 경연대회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